머리말
42호를 내며
이번 호에 모두 다섯 편의 글을 실었다.
‘고전 마르크스주의와 개혁주의 문제’는 개혁주의 관련 경험이 풍부했던 20세기 초 25년 동안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개혁주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꼼꼼하게 다룬다. 글럭스틴은 룩셈부르크·레닌·트로츠키·그람시가 발전시킨 개혁주의 개념과 개혁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실천 정책의 정치적·이론적 의의를 소개하는 동시에, 혁신해야 할 한계도 균형 있게 지적한다. (주류든 좌파적이든) 개혁주의 정당이 집권한 뒤 지지자들을 배신해 국제적으로 정치적 개혁주의에 대한 실망이 늘어 왔지만, 노동조합 운동이나 단일 쟁점 운동 등에서 개혁주의가 여전히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는 혁명가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글이다.
도니 글럭스틴의‘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과 오늘날 제3세계’는 정설 트로츠키주의 이론가인 미카엘 뢰비의 연속혁명론을 비평한 것이다. 사회주의자가 어떻게 논쟁해야 하는지 그 본보기를 보여 주는 좋은 글이다. 뢰비는 유고슬라비아·중국·베트남·쿠바에서 연속혁명이 일어났지만 그 뒤 기형화돼 “프롤레타리아 태생의 관료 국가들”이 됐다고 주장한다. 캘리니코스는 연속혁명론이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트로츠키의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기여라고 지적하면서도, 뢰비가 역사적으로 빗나간 트로츠키의 예측을 글자 그대로 적용하는 바람에 형이학적 모호함과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오늘날 가장 멀리 나간 국제 반란 중 하나인 수단 혁명이 승리하려면 군부와 자본가 모두에 동시에 맞서야 한다(즉, 연속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또 쿠바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태도를 놓고 좌파들이 논란을 벌인다는 점에서 유용한 글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그저 아편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와 종교’는 종교에 대한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입장을 개관하며 그것이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미묘하다고 지적한다. 몰리뉴는 이런 마르크스주의적 종교관에 근거해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테리 이글턴의 종교관을 비판적으로 논평한다. 끝으로, 마르크스주의적 종교 분석에서 도출되고, 또 역사적으로도 도출돼 온 주요 정치적 결론인 종교와 사회주의 정치의 관계를 개념적으로 요약한다.
존 몰리뉴의‘사회주의자를 위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 개혁주의 비판’은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존 해리슨(2007년 작고)이 1975년에 옥스퍼드대학교 근처의 한 퍼브(술집)에서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해리슨은 마르크스가 당시 노동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던 프루동주의와의 논쟁을 중시했고 이 점이 마르크스의 경제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번 호에는 이 책의 4장 ‘상품과 함께 살아가기’를 번역해 싣는다. 이 장에서는 교환관계가 경제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의 다른 측면들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자본주의 하 유통의 자유와 평등이 착취를 은폐한다고 지적한다.
‘레닌이 발전시킨 조직 방식은 오늘날에도 유용한 참조점이 될 수 있다’는 레닌이 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서평한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의 주요 사상가들이 쓴 가장 중요한 책들을 소개하는 시리즈의 여덟 번째 편이다. 김영익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둘러싼 숱한 오해를 불식하고, 특히 좌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논란을 곰곰이 고찰한다.
김영익의
김인식(편집팀을 대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