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를 위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개혁주의 비판
2장 단순상품생산 *
이 장에서는 마르크스가 단순상품생산이라고 부른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논리적 방식을 살펴본다. 여기서 시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다. 단순상품생산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자본주의보다 단순한 형태의 상품 생산이다. 따라서 이렇게 시작하면 자본주의의 복잡한 특징들을 곧바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두 시스템이 공유하는 특징들을 검토하기가 편리하다. 둘째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다. 단순상품생산과 자본주의를 혼동하는 것은 부르주아 사회주의자들이 범하는 여러 오류의 밑바탕에 있다. 두 시스템을 이해하면 그런 실수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장의 마지막 절에서는 단순상품생산 모형과 그것에서 비롯한 실제 경제 시스템들 사이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프루동주의가 생겨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그것이 왜 널리 받아들여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1. 단순상품생산의 특징
이상화된 시골 마을을 상상해 보자. 수풀에 둘러싸인 초가집들이 활기에 차 있다. 대장간에서 일하는 대장장이와 베틀로 옷감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정육점 주인과 제빵사도 있고, 어쩌면 촛대 제작자도 있을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것은 모두 마을과 주위 논밭에서 생산된다. 이 마을은 자급자족적이다.
그러나 자급자족할 수 있는 주민은 한 명도 없다. 자기가 생산한 재화만 소비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토요일은 장날이다. 농사짓는 사람은 가축과 채소를 가지고 오고, 신발 만드는 사람은 신발 판매대를 차리고, 옷 만드는 사람은 옷을 판매한다. 사람들은 자기 생산물을 대부분 판매하고, 다른 사람들의 것을 구입하며 살아간다.
이런 생산 조직 방식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흔히 장인으로 불리는 개별 생산자들이 생산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소유한다. 어떤 체제에서든 생산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1. 노동자 – 스스로 노동하는 사람들
2. 노동 대상 – 노동의 재료(토지, 나무, 철 등)
3. 노동 수단 – 노동에 쓰이는 도구(도끼, 톱, 기계 등)
이런 것들이 없으면 자연을 변형할 수 없다.
한 사회를 분석하려면 누가 이 다양한 생산 요소들을 소유하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 요소들은 개별적 방식이든 집단적 방식이든 노동하는 사람들 자신이 소유할 수도 있고 다른 집단이 소유할 수도 있다. 계급으로 분열된 사회에서는 생산자가 아니면서 생산에 필요한 것을 소유한 집단은 모두 착취하는 계급이 된다.
노예제에서는 생산자들이 노예 소유주의 소유물이다. 봉건제에서는 영주가 농경사회의 가장 중요한 노동 대상인 땅을 소유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가 노동 수단인 기계와 공장을 소유한다. 노예 소유주, 봉건 영주, 자본가는 각각 그 사회에서 착취 계급이다.
착취 계급은 생산 요소를 소유함으로써 노동하는 사람들이 생산한 재화의 상당 부분을 자기 것으로 돌릴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잉여(노동하는 사람들의 생존을 유지하고 생산 과정에서 소모된 재료와 도구를 교체하는 데 쓰고도 남는 생산물)의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생산력이 발전해야만 했다.
어느 사회든 핵심 착취 계급이 대개 지배계급이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들에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오르기 위한 전제 조건은 자체 소비에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노동의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단순상품생산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것은 모두 개별 장인들이 소유한다. 그들은 자유롭고 따라서 그들 자신을 ‘소유한다’. 그들은 일하는 데 필요한 토지와 건물과 도구를 소유한다. 농부는 토지와 쟁기를 소유한다. 대장장이는 대장간과 모루와 금속을 소유한다. 단순상품생산에서는 착취도 지배계급도 없다. 그것은 계급 사회가 아니다.
단순상품생산의 중요한 두 번째 특징은 발달한 노동 분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한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노동 수단으로 각자 다른 노동 대상을 상대로 노동해서 각자 다른 상품을 생산한다. 대장장이는 모루 위에 올려 놓은 금속에 망치질을 해서 편자를 만든다. 제화공은 가죽으로 신발을 만든다. 사람들은 각자 한정된 재화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을 전부 생산하는 사람은 없다.
발달된 노동 분업이 모든 경제 체제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봉건제에서 농노들은 생존에 필요한 재화들을 거의 다 생산했다. 그들은 일주일 중에 며칠은 자기 땅에서 일하며 자기가 먹을 식량을 생산했고 나머지 날에는 영주의 땅에서 일했다. 많은 사람들은 직접 땔감을 모으고 입을 옷을 만들었다.
노동 분업은 단순상품생산의 세 번째 특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교환을 위해 생산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한정된 재화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특제품과 교환한다. 결국, 모두가 다양한 재화를 소비하게 되지만, 각자는 단지 한 품목만을 생산한다.
마을에서 교환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한다. 제화공은 신발을 만들고, 농부는 작물을 재배한다. 토요일은 장날이다. 장인들은 판매대를 차려, 자신의 생산물을 판매하고, 그러고 나서 다른 판매대에 있는 물건을 산다. 사람들은 다음주에 쓸 다양한 물건을 챙겨서 귀가한다.
어떤 사회에서든 생산을 하지만 꼭 교환을 위한 생산인 것은 아니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생산한 것을 모두 소비할 수 있다. 어떤 농업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재배한 작물을 먹고 살며 아무것도 교환하지 않는다. 생산자들이 생산물을 전부 소비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잉여가 반드시 교환되는 것은 아니다. 지배계급은 아무 교환도 하지 않고 잉여를 착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봉건제에서 영주들은 농노가 영주의 토지에서 일해 생산한 잉여를 그냥 차지했다.
생산 일반과 교환을 위한 생산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구분했다.
사용가치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일반적인 사용가치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무언가이고, 그 무언가가 가진 특정한 사용가치는 특정한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속성이다. 즉, 녹음기는 일반적 의미의 사용가치이며 녹음기의 [특정한] 사용가치는 소리를 녹음하는 능력이다.
이 개념은 도덕적·미적 고려와는 관련이 없고, 이른바 자연적 필요인지 인위적 필요인지도 구별하지 않는다. 오늘날 어떤 사람들은 질 냄새 제거제나 동물 옷 같은 상품을 쓸모없거나 심지어는 나쁘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것들도 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 사용가치가 있다.
사용가치가 꼭 물질일 필요는 없다. 노래는 끝나고 나면 형체가 있는 뭔가를 남기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길 사용가치를 준다. 누군가의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가치다. 사용가치가 모두 인간 노동의 산물은 아니다. 공기는 사용가치가 있다. 공기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만 (만약 공기를 계속해서 들이마실 수 없다면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공기에 노동은 들어가 있지 않다. 공기는 생산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인간 노동의 생산물들은 거의 다 사용가치가 있다.
그러나 사용가치가 모두 교환가치인 것은 아니다. 누구도 돈을 지불하거나 다른 것과 교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교환가치가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화가의 그림이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아서 교환가치가 없을 수 있다. 어떤 것이 교환가치가 있으려면 생산자가 아닌 누군가에게 사용가치가 있어야만 한다.
교환을 위한 생산이 이뤄지려면 노동 분업이 존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생산하는 곳에서는 교환하거나 사고팔아서 얻을 것이 없다. 물론 그런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이따금 서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지만, 체계적 교환을 위한 토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 분업이 없다면 교환가치는 생산될 수 없지만 그 역도 참인 것은 아니다. 즉, 교환을 위한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도 노동 분업은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특화된 생산을 한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의 생산물을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재화의 분배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의 장을 열지 않고, 매주 회의를 열어 그 주에 생산된 재화를 주민들에게 어떻게 분배할지를 두고 모두가 토론하고 투표할 수도 있다. 노동 분업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가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물건을 소비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서로 사고팔고거나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교환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교환을 위한 생산 또는 교환가치의 생산은 특정 생산양식에 고유한 것이다. 사용가치의 생산이 모든 형태의 인간 사회에 공통된 것이라면, 교환가치의 생산은 인간 발전의 둘째 국면에 국한된 특징이다. 자연 경제였던 첫째 국면 동안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비하고, 종종 지배계급에 조세를 내려고 생산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셋째 국면에서도 여전히 노동 분업은 존재할 것이고(오늘날보다 훨씬 덜 경직되겠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노동 생산물을 소비할 것이지만, 사용가치가 시장에서 교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마을 회의의 사례처럼, 사용가치는 생산자들의 집단적이고 민주적인 결정으로 분배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인간 역사에서 자연 경제와 공산주의 사이에 놓인 기간을 상품 생산의 시기라고 불렀다. 상품은 교환가치를 가진 사용가치다. 상품은 교환을 위해 생산된, 즉 시장에서 다른 것과 바꾸거나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용가치다. 따라서 상품 생산의 국면은 교환을 위해 생산하는 역사적 시기다.
‘사물 일반’, 사용가치, 상품 사이의 관계는 그림1에 요약적으로 표현돼 있다.
사용가치 면에서 상품들은 서로 질적으로 다르다. 당근은 물질적 속성이 자동차와 다르다. 즉, 충족시켜 주는 필요가 다르다. 교환가치 면에서 상품들은 양적으로만 다르다. 상품들은 모두 시장에서 특정 가격에 팔린다. 그것들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가격 차이다.
상품 판매자는 오직 상품의 교환가치에만 관심이 있다. 판매자는 상품을 계속 가지고 있을 생각이 없고 그 상품이 얼마에 팔릴지에만 신경 쓴다. 반면 구매자는 (자신의 필요가 얼마나 충족될지는 상품의 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물건이나 서비스의 사용가치와 (상품이 비쌀수록 다른 것을 살 돈이 더 적어지기 때문에) 교환가치 둘 다에 관심이 있다.
상품의 양면성은 신문가판대 창문에 붙은 간단한 광고물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요약하면, 단순상품생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별 생산자들이 생산에 필요한 것을 모두 소유하고, 따라서 이 체제는 계급 사회가 아니다. 둘째, 발달한 노동 분업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일에 특화돼 있다. 마지막으로, 생산이 상품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시장에서 팔리게 될 가격)를 위해 이뤄진다.
2. 단순상품생산의 작동 방식
개별 장인 한 명 수준에서 단순상품생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는 매우 쉽다. 제화공을 예로 들어 보자. 그는 장날에 가 판매대를 차린다. 그는 만든 신발을 남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 만큼 가장 비싸게 판다. 그러고 나서 신발 재료인 가죽과 실 등을 사고 다음주에도 건강과 생활을 유지하며 일하는 데 필요한 음식과 옷 같은 물건을 산다. 그는 가죽, 실, 음식, 옷 등을 최대한 싸게 사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닌다.
사회 전체 수준에서 단순상품생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기는 더 어렵다. 다양한 물품들이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생산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무엇을 생산할지를 전체적으로 통솔하는 감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못된 재화 균형이 생기게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1년 동안 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음식은 생산되지 않을 것이다. 한 마을에 대장장이는 10명이 있지만 제화공은 없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상이한 재화 생산 사이에 복잡한 상호관계가 존재한다. 일정 수량의 신발이 생산되려면 적절한 수의 제화공은 물론이고, 가축을 기르는 농부와 가죽을 가공할 무두장이도 있어야 한다. 재단사는 옷감이 필요하다. 제빵사는 밀가루가 필요하다. 소비재의 균형이 기대대로 이뤄지려면 필요한 노동 대상을 알맞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중앙적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인간의 노동을 상이한 상품들의 생산에 적절한 비율로 배분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개인들이 서로 상의 없이 한 주 동안 무엇을 팔아야 최대 수익을 얻을지 각자의 예측에 따라 결정하는데, 문제는 그런 결정들의 총합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의사가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무질서한 체제가 어떻게 계속해서 붕괴를 피할 수 있을까?이 문제에 대해 마르크스가 내놓은 답이 그 유명한 가치법칙이다. 이 절에서는 단순상품생산에서 가치법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가치법칙 -Ⅰ
장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재화의 교환가치, 또는 시장가격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은 생산물의 사용가치에 신경 쓰지 않는데, 자신들이 그 생산물을 계속 가지고 있을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한 주 동안 노동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직업을 바꿀 태세가 돼 있다. 재단사가 일주일 동안 일해 만든 옷을 팔았지만 벌이가 시원찮은데, 제화공이 신발을 만들어 팔아 훨씬 많이 번다는 것을 안다면, 재단사는 직업을 바꿔 제화공이 될 것이다.
이런 행동은 그 자체로 상품 생산의 결과물이다. 교환이 기본인 체제에서 생존은 생활 필수품을 구입할 만큼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생산물을 판매해 받은 돈이 그 생산을 유지하기에 충분치 않다면 생산자는 생산 품목을 바꿔야만 한다. 사람들이 상품 생산 사회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두고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면, 내가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어를 말하는 것을 두고 내가 일상적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실 두 행동 모두 배워야 하는 것이다.(4장을 보라)
장인이 한 주 동안 바지나 신발을 만들어 팔아 얻게 될 소득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수요와 공급이 부분적인 답이다.
우리의 재단사가 매주 하듯이 바지 4벌을 가지고 시장에 와서 판매대를 차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평소대로 1벌 가격을 20파운드로 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평소보다 많은 재단사가 왔고, 모두 바지를 판매하려 한다. 바지를 구입할 사람은 평소와 같다. 재단사들은 생산물을 다 팔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이제 재단사들은 손님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 바지를 사게 하려고 가격을 낮춘다. 바지 가격이 떨어지자, 그 주에는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 바지가 유난히 싼 것을 보면서 마음을 바꾼다. 가격이 떨어지자 수요가 올라간다. 바지가 다 팔렸든 약간 남았든 가격은 평소보다 낮다. 1벌에 10파운드라고 해 보자. 우리의 재단사는 일주일 일해서 단지 40파운드를 남겼다. 평소에는 80파운드였는데 말이다.
아마도 제화공은 사정이 나았을 것이다. 그는 신발 4켤레를 가지고 와서 1켤레를 20파운드에 내놨다. 그는 평소보다 신발이 더 적었고,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20파운드에 사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가격을 올렸다. 가격이 오르자 신발을 사려 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바꿨다. 결국 그는 가격을 더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완판했다. 아마도 1켤레 가격은 30파운드로 올랐을 것이다. 그는 일주일 일해서 평소의 80파운드보다 많은 120파운드를 남겼다.
운이 나빴던 재단사는 제화공이 높은 가격에 신발을 완판하는 것을 보면서 신발 생산으로 전환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지 공급은 줄고 신발 공급은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신발 가격은 떨어지고 바지 가격은 오르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단순상품생산 체제는 일주일 동안 바지를 생산했든 신발을 생산했든 사람들이 버는 돈은 같은 상황이 되는 경향이 있다. 수익이 달라지면, 사람들은 생산 품목을 바꿀 것이다. 모든 생산 활동의 수입이 대체로 균등하면, 상품들은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수에 비례해 생산된다. 우리의 마을이나 단순상품생산 사회에서 노동은 주민들의 욕구에 비례해 여러 업종으로 배분된다.
사람들의 선호가 바뀌어서, 예컨대 똑같이 20파운드짜리인 신발을 사려는 사람은 늘고 바지를 사려는 사람은 줄면, 신발의 수요는 늘고 가격은 오른다. 바지의 수요는 줄고 가격은 떨어진다. 신발을 만들든 바지를 만들든 한 주 동안의 수익이 다시 균등해질 때까지 재단사들은 제화공으로 전환한다. 그러면 신발 생산은 늘고 바지 생산은 준다. 이제 사회의 새로운 필요 패턴에 맞아떨어진다.
재료와 최종재의 균형을 보자. 신발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이례적으로 많아졌는데 가죽이 없다면, 가죽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신발이 부족했을 때 가격이 올랐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면 비누를 만들던 사람들이 가죽 생산으로 옮겨 갈 것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가죽 공급은 증가하고 부족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은 생산에 들어간 시간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만약 재단사와 제화공의 주당 수익이 같고 일주일에 재단사는 바지 10벌을 만들고 제화공은 신발 10켤레를 만든다면, 바지와 신발의 가격은 같을 것이다. 그런데 신발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바지의 절반이라면 바지가 신발보다 두 배 비쌀 것이다.
위의 분석에는 가치법칙의 기본 원리가 모두 담겨 있다. 즉, 각 개인들이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는 상품 생산 사회에서 인간 노동을 상이한 업종으로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메커니즘 말이다. 몇 단서를 덧붙여야 하지만, 단서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가치법칙의 작동은 제화공과 재단사 사례보다 더 복잡하지는 않다.
가치법칙 - Ⅱ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은 그것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모든 업종의 수익을 균등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떤 장인이 게으르다면 어떻게 될까? 경쟁자들과 비슷한 시간을 일한다지만 그 절반은 머리를 긁거나 차를 마시며 쉬는 제화공을 떠올려 보자. 이성과 공정의 성난 목소리는 그가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된다. 그가 다른 제화공의 절반만 신발을 생산하면 그의 수익도 절반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신발 한 켤레 만드는 시간이 두 배라고 하소연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소비자는 특정 품질의 신발을 최대한 싸게 사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만약 게으른 제화공의 신발이 다른 신발보다 나을 게 없으면 더 비싼 가격에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상품은 그것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비례하는 가격으로 교환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평균적인 강도로 일하는 시간, 마르크스의 말로는 평균적 노동 강도로 일한 시간을 뜻한다.
생산 기술 이용에도 비슷한 논점이 적용된다. 재봉틀을 사용하는 제화공과 손바느질하는 제화공이 있다면, 노동 강도는 똑같더라도 재봉틀을 사용하는 사람이 손바느질하는 사람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발을 생산할 것이다.
상품들은 생산에 투입된 노동에 비례해 교환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노동이 평균적인 강도이자 평균적인 효율의 생산 기술을 사용할 때만 그렇다.
마지막으로, 숙련도를 고려해야 한다. 한 업종 내 숙련도 차이에 관한 논의는 이제는 독자들에게 익숙해졌을 패턴을 따른다. 한 제화공의 바느질 솜씨가 평균 이하라면, 평균적인 효율의 생산 기술을 사용해 평균적인 강도로 일하더라도 그는 경쟁자들보다 신발을 적게 생산할 것이다. 업종마다 필요한 숙련도가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마을의 의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제빵사보다 더 방대하다. 업종마다 필요한 훈련 수준도 다르다. 숙련도의 수준은 훈련을 얼마나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어떤 업종에서 노동하는 기간이 평균 30년이고 필요한 숙련도를 습득하는 데 10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총 20년이 훈련에 투입되는데, 10년은 훈련생의 것이고, 10년은 교육자의 것이다. 숙련 노동자는 20년간 그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숙련 노동자가 노동하는 1년(또는 1시간)은 실제로는 2년(또는 2시간)의 인간 노동에 해당한다. 그 일을 위해 사용된 것과 같은 시간을 필요한 숙련도를 습득하는 데에도 사용됐기 때문이다. 숙련 노동 1시간은 미숙련 노동 2시간과 같다. 그러므로 숙련 노동 1시간이 들어간 상품은 미숙련 노동 2시간이 들어간 상품과 같은 가격에 팔릴 것이다.
마르크스는 미숙련 노동을 복잡(또는 숙련)노동과 대비해 단순노동이라고 불렀고, 평균적인 노동 강도와 평균적인 생산 기술로 수행된 노동을 사회적 필요노동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상품은 그것의 생산에 요구되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단순노동의 시간에 비례해 교환되는 경향이 있다. 마르크스는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을 간단히 가치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상품은 가치에 비례해 교환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마르크스는 상품 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에서 업종들 사이에 사회적 노동을 배분하는 메커니즘을 짧게 일컫는 말로 가치법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제 수행된 노동과 가치로 환산한 등가물의 관계는 상품 생산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가치법칙이 작동해서, 사회적 노동이 정확히 사회적 필요에 비례하게 각 업종들로 배분돼 왔다고 가정해 보자. 옷 만드는 일과 신발 만드는 일의 숙련도가 비슷하다면 재단사와 제화공의 평균 수입은 같을 것이다. 두 업종의 평균 생산량이 주당 신발 4켤레와 바지 4벌이라면 두 상품 모두 같은 가격에 팔릴 것이다. 이제 어떤 제화공의 생산 기술이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즉 그는 재봉틀 없이 손바느질만 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경쟁자들과 똑같이 열심히 일해도 신발을 일주일에 2켤레만 생산할 수 있다. 신발은 가치대로 팔리지만 그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가치는 실제 수행된 시간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수익은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게 이것은 학문적 관심 이상으로 중요하다.
신발이나 바지의 가치는 제화공이나 재단사가 생산한 가치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신발 생산에 필요한 노동에는 소를 도살하고, 가죽을 무두질하고, 가죽에 박을 실을 만드는 일 등이 포함된다. 최종 생산물의 구성 요소들은 각각 가치를 담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하나 추적해 들어가야 한다.
상품에 들어가는 재료를 생산하는 데 관여한 노동이 창출한 가치는 최종 생산물로 이전된다. 한 사람이 소를 도살하는 것부터 밑창에 망치질하는 것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한다면 무두질 같은 노동이 만든 가치가 신발로 이전된다는 것이 명백히 보일 것이다. 최종 생산자가 다른 누군가가 만든 재료를 가지고 시작했다면 이런 가치 이전은 덜 분명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두 과정이 동일하다. 신발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신발 생산에 필요한 전체 노동이다. 제화공은 작업하는 재료에서 이전된 가치에다 스스로의 바느질을 통해 가치를 더한다.
이것의 실천적 중요성은 노동이 배분되고 가격이 결정되는 방법으로 알 수 있다. 제화공은 신발을 다 팔면 다음주에 신발을 만들기 위해 수익 중 일부를 가죽과 실을 사는 데 써야 한다. 이번 주에 신발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재료를 교체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에게(음식이나 옷 등 필요한 것 일체) 돈을 쓸 수 있다. 그의 관심사는 자신에게 쓸 수 있는 돈이다. 만약 일주일 치 가죽과 실의 가격이 15파운드 올랐다면 일주일 치 신발값을 15파운드 올려 받더라도 더 나을 것이 없을 것이다. 업종 변경을 고려할 때 그는 재단사가 바지를 만드는 데 사용한 재료를 교체하고 남은 수익이 얼마인지 알고 싶을 것이다. 제화공이 주당 80파운드를 벌고 가죽과 실에 15파운드를 쓴다면 그에게는 65파운드가 남는다. 재단사가 주당 85파운드를 벌지만 옷감에 20파운드를 써야 한다면 그들의 수입은 똑같을 것이다. 제화공이 재단사로 업종을 바꿔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업종을 바꾸는 것은 노동 과정에서 다 쓴 재료를 교체한 이후의 수익이 균등해지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상품은 그것의 전체 가치, 즉 이전된 가치와 추가된 가치의 합에 비례해 교환되는 경향이 있다.
도구를 만드는 데 투입된 노동도 고려해야 한다. 노동 대상뿐 아니라 노동 수단에서도 가치가 상품으로 이전된다. 그러나 바늘에 포함된 가치가 신발 한 켤레에 한 번에 이전되지는 않는다. 같은 바늘이 여러 신발을 만드는 데 사용되므로, 그것의 가치는 천천히 이전된다. 바늘이 신발 10켤레를 바느질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면, 너무 뭉툭해져 더는 사용될 수 없을 때 바늘 가치의 10분의 1이 각각의 신발로 이전된다.
여기서도 한 사람이 노동 수단과 최종 생산물을 모두 생산한다면 노동 수단에서 최종 생산물로 가치가 이전되는 것이 명백히 보일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구멍을 판다고 상상해 보자. 그는 맨손으로 팔지 아니면 삽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쓸지 결정해야 한다. 맨손으로 구멍을 파는 데 2시간이 걸리고 파야 할 구멍이 10개라면, 삽 없이 전체 작업을 하는 데는 20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약 구멍 10개를 팔 수 있는 삽을 5시간 만에 만들 수 있고, 전체 작업이 15시간 걸린다고 해 보자. 전체로 보아 로빈슨이 구멍 하나를 파는 데는 평균 1시간 30분(파는 데 1시간, 삽을 만드는 데 30분)이 걸린 셈일 것이다.
마을의 장인들은 자신이 쓸 노동 수단을 산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상황은 크루소 한 명이 일하는 상황과 같다. 도구에서 최종 생산물로 이전되는 가치의 양은 도구를 생산하는 데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고 도구가 몇 번의 생산과정에 사용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신발 20켤레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바늘을 생산하는 데 5시간이 걸린다면, 신발 1켤레에 15분만큼의 가치가 이전된다.
이렇게 이전된 가치는 상품이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재료와 도구를 정기적으로 교체한 이후에 얻는 소득이 모든 업종에서 같아질 때까지 사람들은 업종을 바꾸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상품은 노동 대상과 노동 수단에서 이전된 가치에 최종 생산물을 만들 때 더해진 가치로 결정되는 가격으로 교환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자, 여기까지가 단순상품생산에서 가치법칙이 작동하는 방식에 덧붙이는 단서들이다. 사람들은 재료와 도구를 교체하기 위해 남겨 둬야 할 돈을 따져 보며 더 많이 벌 수 있는 업종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상품 가격이 그 가치에 비례하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즉, 실제 시간을 사회적으로 필요한 단순노동 시간으로 환산한 등가물이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간다. 결국 이것은 사회 전체의 욕구에 비례해서 전체 사회적 노동이 여러 업종들로 배분되고, 따라서 상이한 재화들도 생산되는 상황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가치, 교환가치, 가격
상품은 사용가치이자 교환가치다. 상품은 인간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특성이 있고, 시장에서 교환 가능하다. 단순상품생산에서는 가치법칙이 작동해, 상품이 가치에 비례해 교환되는 조건이 창출된다. 요컨대,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것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상품의 교환가치는 어떻게 표현될까? 무슨 단위로 측정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대답은 가치,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단순노동의 시간이 얼마나 투입됐나 하는 것이다. 단순상품생산 체제에서 생산물의 교환가치는 그것과 교환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재화의 생산에 쓰인 사회적 노동의 양으로 측정된다. 중요한 의미인데, 이것은 생산에 포함된 실제 비용, 즉 인간 노력의 지출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환가치를 표현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가치를 기준으로 교환가치를 표현하는 것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요구되는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의 노동 시간은 알 수도 있겠지만, 그 중 얼마만큼이 사회적 필요 시간인지 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어느 공사장의 울타리에 난 구멍으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노동 강도와 숙련도와 생산 기술이 산업의 평균과 얼마나 다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상품의 가치가 시간, 분, 초 단위로 찍혀 나오지 않는다.
다른 방법은 다른 상품과 비교를 통해 교환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다. 의자 1개는 신발 2켤레, 코트 3벌, 당근 8파운드의 가치가 있다. 즉, 교환될 수 있다. 물물교환 경제에서 교환가치가 표현되는 방식인데, 말 그대로 재화들이 교환되는 경제다.
발달한 상품 생산 사회에서 교환가치는 가격, 즉 파운드나 달러 같은 화폐 단위로 표현된다. 화폐가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선다. 그래도 자연적이지 않고 사회적인 과정이었음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다. 화폐는 항상 존재했던 것이 아니고, 미래에도 언제나 존재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다.
화폐가 이런 기능을 하는 것은 사람들이 화폐를 상품에 대한 지불 수단으로 인정할 태세가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이 법을 통해 국가가 발행한 지폐 같은 특정 물질을 화폐로 지정할 수 있지만 그 법이 효과를 내려면 사람들이 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인정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국가가 발행한 통화를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화폐로 기능할 수 없다. 그리 되면 종종 자연스럽게 다른 물질이 화폐 기능을 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23년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벌어졌을 때 담배가 그런 구실을 한 것이다.
가치와 달리 가격은 눈에 척 보인다. 슈퍼마켓에서 보듯 흔히 상품들에는 가격이 찍혀 있다. 화폐는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를 측정하는 단일한 기준을 제공한다. 어떤 신발이 1켤레에 16파운드라면, 그것의 교환가치는 8파운드에 팔리는 셔츠의 두 배이고, 4파운드에 팔릴 모자의 네 배다.
가치법칙이 노동을 사회적 욕구에 딱 맞는 비율로 상이한 업종들에 배분할 수 있다면 상대적 가치, 교환가치, 가격은 모두 같아질 것이다. 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들어간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이 신발 한 켤레의 절반이라면 코트의 가치는 신발의 절반일 것이고 교환가치와 가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치가 같은 상품은 교환가치와 가격이 같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상대적 가격이 종종 상대적 가치와 어긋나지 않는다면 가치법칙은 작동할 수 없었다. 노동이 주민들의 욕구에 정확히 비례해 상이한 업종들에 배분돼 있는 마을에 장이 섰다고 상상해 보자. 바지와 신발은 각각의 가치에 따라 교환된다. 그런데 다음주에 사람들이 바지는 더 많이 신발은 더 적게 원한다. 바지 가격은 가치 이상으로 오르고, 신발 가격은 가치 이하로 떨어진다. 제화공들은 재단사들보다 소득이 적어진다. 일부 사람들이 업종을 바꾼다. 주민들의 선호가 바뀌면서 새로운 노동 분업이 형성된다. 이 과정은 특정 상품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변하는 것에 따라 가격이 가치 이상으로 오르거나 그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다.
가격이 가치에 맞춰지는 때가 언제인지, 따라서 노동이 사회적 욕구에 정확히 비례해 업종들 간에 배분되는 때가 언제인지를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잠시라도 이런 상황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순전히 요행일 것이다. 순수한 단순상품생산 사회에서도 가치법칙이 노동을 완벽하게 배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되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가 바라는 재화의 균형과 이에 따른 사회적 노동의 배분 비율이 끊임없이 변한다. 상점 주인들이 평소의 수요를 잘 계산해서 그에 맞게 만든 치즈와 빵 앞에서 서로를 보며 활짝 웃고 있는 바로 그때, 새로운 유행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치즈를 안 먹고 크림빵을 먹는다. 장인들이 새로운 수요 패턴에 대응해 업종을 바꾸기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의 입맛이 또 바뀐다. 어떤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개발한다.
둘째, 가치가 바뀐다. 새로운 생산 기술이 등장해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필요 노동 시간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기존의 생산 패턴에 맞춰져 있던 노동 배분의 비율이 바뀐다. 재봉틀이 발명돼 바지를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면 재봉사도 덜 필요해진다.
가치법칙은 이런 변화들을 완벽하게 따라잡을 수가 없다. 가치법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적 노동의 배분을 맞추기 위해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설령 기호와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가치법칙이 원하는 노동 분업을 정확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업종을 바꿀 때 딱 맞는 수가 그렇게 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없다. 사회적인 선호가 바뀌어서 바지는 10퍼센트 적게, 신발은 10퍼센트 많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바지 가격은 떨어지고 신발 가격은 오른다. 재단사는 제화공보다 소득이 적어질 것이다. 각각의 재단사들은 얼마나 많은 재단사가 업종을 바꿀지 추측하면서 자기 진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확히 필요한 수만큼 제화공이 될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기호와 가치가 변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제화공의 수도 끊임없이 변한다.
가치법칙이 이처럼 결함이 많다면 왜 연구해야 할까? 비록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실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지도되지 않는 경제 시스템은 조절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사회적 노동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영구적이고 만성적인 부족이 벌어지지는 않을 비율로 업종들 사이에 배분돼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상품 생산에 기반한 사회들은 오랜 기간 존재했고, 그 사회들은 불완전할지라도 가치법칙이 작동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3. 장인 생산과 부르주아 사회주의
단순상품생산이 이뤄지는 경제 활동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을까? 단순상품생산은 어떤 사회관계에 기반해 있을까?
마르크스는 어떤 경제 체제의 사회관계를 분석할 때,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고가 투입되는 전체 과정을 두 측면(또는 수준)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노동과정으로, 자연을 변형해서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마르크스는 이것을 자연을 전유(專有)하는 수준 또는 생산의 수준이라고 불렀다. 여기에는 노동과정 자체만이 포함된다. 여기서 사회관계는 일터에서의 관계다.
경제 활동의 다른 측면은 사용가치의 분배다. 이 과정에서는 생산 요소와 생산물이 생산자나 소유자에게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로 넘어간다. 마르크스는 이것을 생산물을 전유하는 수준 또는 유통의 수준이라 불렸다. 여기서 사회관계는 노동과정 밖에 있는 사람들의 모든 경제 관계를 포함한다.
앞선 두 절에서 개괄한 단순상품생산 모형에서는 생산 수준의 사회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과정은 각각의 장인과 자연 사이의 개별적 상호 작용이다. 제빵사는 자신이 소유한 밀가루를 반죽해 빵을 굽는다. 대장장이는 자기 소유의 모루를 놓고 망치질을 한다.
생산에서 사회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과정에서 사람들 간에 불평등이나 강압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각각의 장인은 생산 요소를 지배하고 작업 방식과 속도를 정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장인들은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게으르거나 비교적 효율이 떨어지는 기술을 사용한다면, 일주일에 생산하는 가치가 경쟁자들보다 적을 테고, 따라서 소득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득 감소는 시장을 통한 가치법칙의 작동에 의해, 즉 유통에서의 사회관계에 의해 강제된다. 다시 말해, 생산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강압적이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상품 생산자들 위에 군림하며 열심히 일하라거나 다른 방식으로 일하라고 다그치는 사람은 없다.
많은 생산 조직 방식에는 생산 수준에서의 사회관계가 (흔히는 불평등하고 강압적인 성격의 관계) 수반된다. 예를 들어, 노예제에서 노동과정 속에 있는 인간들의 관계 중 가장 유력한 것은 노예 소유주와 노예의 관계다. 노예 소유주는 권력을 갖고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채찍을 들고 군림하며 노예들에게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지시한다.
단순상품생산 모형에서 사회관계는 유통과정에만 존재한다. 사람들은 교환을 통해 관계 맺는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팔며 만난다. 이런 관계들의 성격과 중요성은 뒤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4장). 일단 중요한 점은 그 관계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차례차례 판매자와 구매자가 된다. 매매 과정에서는 어느 누구도 특정 사람에게 사거나 팔라고, 또는 특정 가격에 사거나 팔라고 강요받지 않는다.
물론 어떤 사람이 상품에 너무 비싼 가격을 매기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필요한 값을 치르지 못할 사람에게는 아무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가격은 권력이 있거나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유일한 강제력은 가치법칙이 지배하는 시장의 힘, 즉 경제적 압력이다. 이 힘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사회적 욕구에 거의 맞게 상이한 재화의 생산에 노동을 배분하고, 모든 업종의 소득을 비슷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그것은 공정한 결과를 낳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단순상품생산은 논리적으로는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에 기반한 경제 활동을 조직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조직된 사회가 존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만에 하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실제 경제 활동은 그 모형의 원리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 사회에 여러 경제 체제가 공존하는 일은 흔하다. 예를 들어 오늘날 영국에서 생산은 주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조직되지만 그럼에도 자영업자의 장인 생산 등 다른 형태의 경제 활동도 벌어진다. 또, 한 사회의 주된 경제 체제도 세부적으로 보면 언제나 그 모형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실제 역사적 상황에서는 복잡한 문제와 변형이 언제나 벌어진다. 그럼에도 모형을 수립하는 목적은 비본질적인 요소들을 추상해서 그 체제의 기본 특징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도 단순상품생산은 역사적 현실과 아주 많이 다르다.
장인 생산은 자연 경제가 완전히 발달한 상품 생산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 활동의 지배적 형태가 되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봉건제의 날개 밑에서 존재했다. 판매를 위한 생산이 일반화될 때쯤 장인들의 경제 활동은 자본주의의 성장에 밀려났다. 게다가 장인 생산은 가장 왕성했을 때도 불평등하고 위계적이고 강압적인 사회관계들을 동반했다.
생산 수준에서 장인 생산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가족 내에서 아버지는 흔히 위계적이고 강압적인 구실을 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지시했을 것이다. 앞선 사례들에서 장인들이 모두 남자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을 배워야 했기 때문에 도제 제도가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장인들은 흔히 도제들을 지배하는 권력자 위치에 있었다. 그 권력은 흔히 폭력으로 강요됐다.
유통 과정에서도 유사한 불평등이 존재했다. 앞선 모형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업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실제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숙련도와 생산수단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걸림돌이 있었다. 업종을 바꾸려면 장인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필요한 생산수단을 구해야 했다. 숙련도는 일반적으로 오랜 도제 기간을 거치며 천천히 습득됐고, 생산수단은 물려받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가치법칙은 매우 불완전하게 작동했다. 업종 간 소득 불평등이 상존할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그랬다.
장인이 새로운 생산수단을 구하는 방법 중 하나는 돈을 빌려 사는 것이었다. 고리대금업이나 대부업은 유통 과정에서 심각한 불평등을 낳는 원인이 됐다. 대부업자들은 돈을 빌려 주며 이자를 받아서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만큼, 흔히는 큰 돈을 벌었다. 대부업자들은 돈을 소유함으로써 생산 요소에 대한 소유권을 지배할 수 있었다. 장인들이 대부업자들에게 돈을 빌려야만 새로운 생산수단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부업자들은 장인들에게 공물을 뽑아낼 수 있는 착취 계급이 됐다.
유통 과정에서 불평등과 강압을 낳은 또 다른 요소는 무역 독점이었다. 한 집단이 외국에서 수입한 면화 같은 필수 노동 대상을 지배한다면, 그것이 필요한 장인들은 그 집단에게서만 구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독점 집단은 경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 이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장인들이 그 집단에게서만 필수 노동 대상을 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집단은 장인들에게 최종재를 가치 이하의 가격으로 팔라고 강요할 수도 있었다. 시장에서 어떤 경쟁도 하지 않는 그 집단은 최종재를 제 가치 이상으로 팔 수도 있었다.
이런 독점을 차지한 집단은 장인들이 누구와 얼마에 거래할지를 지배할 수 있었다. 독점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상품을 가치 이상으로 팔고 가치 이하로 사면서 이윤을 벌 수 있었다. 대부업자들처럼 독점 집단들은 생산 요소 중 하나(대체로 노동 대상)를 지배해서 공물을 뽑아내는 착취 계급이 될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이 계급의 구성원들을 상인 자본가라고 불렀다.
프루동 강령의 주요 내용은 장인 생산에서 발견되는 강압적이고 불평등한 요소들을 폐지하기 위해 고안된 개혁들이었다. 그의 핵심 요구 중 하나는 무이자 신용이었다. 국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 주자는 것이었다. 이 개혁이 시행되면 고리대금업을 없애고 계급으로서 대부업자들을 사라지게 할 것이었다. 또한 업종 변경을 더 쉽게 해, 가치법칙이 더 잘 작동하게 할 것이었다.
프루동 강령에서 또 다른 핵심 요소인 무역 독점의 폐지는 상인 자본의 주된 기반을 제거할 것이었다. 그러면 불평등하고 강압적인 관계 중 중요한 하나가 폐지될 것이고, 이 또한 가치법칙의 작동을 촉진할 것이었다.
프루동주의자들의 다른 제안들 중 일부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본질적으로는 공정한 사회가 화폐 때문에 뒤틀리게 됐다고 보고, 화폐를 폐지하자고 했다. 그들은 특정한 노동시간을 나타내는 종잇조각인 노동시간증서로 화폐를 대체하려 했다. 이 체제에서 6시간을 일한 사람은 6시간 노동의 ‘가치’가 있는 종잇조각을 받고 그 증서를 생산하는 데 6시간이 들어간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단순상품생산을 더 순조롭게 작동하도록 하기는커녕, 가치법칙의 작동을 더 방해했을 것이다. 실제의 노동시간과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 강도의 차이가 더는 시장에서 인정되지 않을 것이므로, 예를 들어 게으른 제빵사가 열심히 일하는 경쟁자들과 똑같이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부르주아 사회주의자들은 확실하고 중요한 불평등 사례 하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은 대체로 유통 과정에서의 불평등을 보면서 생산과정에서의 불평등은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가족 내 위계적 관계는 인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남성 장인이 아내와 아이들을 억압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안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약점들이 결정적이지는 않다. 프루동주의자들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잘못된 제안은 좋은 것으로 바꾸고 누락된 것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교환관계의 확산으로 장인 생산이 영원하고 불변하는 태양계처럼 생산을 조직하는 기본 방법으로 일반화되고 이후로도 존속될 수 있다면, 프루동주의자들의 견해가 적절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품 교환은 자본주의를 낳았다. 프루동은 자본주의가 생산력 발전에 미친 심원한 영향을 이해하지 못했다. 또, 자본주의가 장인 생산으로 돌아가지 않고도 상품 생산과는 다른 원리에 따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5장을 보라). 중요한 오류는 또 있다. 그는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의 성격을 오해했는데, 이것이 다음 장의 주제다.
MARX21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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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arrison, John 1978, Marxist Economics for Socialists: A Critique of Reformism, Pluto Press 중 2장 ‘Simple Commodity Production’.
↩
- 자연을 변형한 것이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아 사용가치가 없는 사례가 있다. 가장 중요한 예는 다른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긴 폐기물이다. ↩
- 상품 생산은 의식적으로 계획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질서하다. 그렇다고 해서 상품 생산을 조정하는 법칙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임무 하나는 그런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
- 사람들마다 태생적으로 어울리는 업종이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손이 빠른 사람은 재단사가, 체격이 큰 사람은 대장장이가 어울린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사람들이 적절한 비율로 각각의 기술을 타고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요점은 그런 주장이 크게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즉, 손의 민첩함과 근육의 강인함은 필요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습득된다. ↩
- 비현실적이지만 수적으로는 단순한 이 사례는 기본 원리를 잘 보여 주는 데 도움이 된다. 가르치는 노동이 비숙련 노동 한 시간 보다 클 것이라는 사실, 인간 노동(어쩌면 숙련 노동)의 산물인 도구 같은 상품이 훈련에 사용된다는 사실 때문에 실제는 더 복잡하다. 이 사례에서는 도구[에 들어간 노동]와 가르치는 노동의 시간을 비숙련 노동의 시간 단위로 ‘환산’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