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52호를 내며
앤 알렉산더의 ‘이스라엘, 이란 그리고 중동에서의 제국주의’는 지난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직후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주최한 ‘맑시즘2025’에서 한 같은 제목의 강연 발제와 정리 발언을 녹취·번역한 것이다. 알렉산더는 제국주의 열강 간 세력 조정·재조정이 어떻게 중동 국가들 수준의 경쟁과 맞물리는지, 중동 국가들 간의 자본 축적 경쟁이 중동 정세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팔렉스타인인 람시스 킬라니의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략: 팔레스타인 좌파 내의 낡은 주장과 새로운 주장’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중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팔레스타인해방민중전선PFLP,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의 부상과 쇠퇴의 역사를 소개하고 그들의 정치적 약점을 다루고 있다. 한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안에는 이들이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점을 이유로 하마스보다 더 높이 사는 경향이 있지만, 킬라니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PFLP나 DFLP는 하마스와 근본적 약점을 공유한다고 지적한다.
케이티 콜스와 제인 하디의 ‘오늘날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저항: 제국주의, 이슬람주의, 폭력’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여성들이 처한 상황, 1987년 하마스 창립 이후 팔레스타인 이슬람 민족주의와 여성의 관계를 살펴본다. 일부 서구 페미니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민족주의의 부상을 여성의 지위 후퇴로 조야하게 해석하는 것과 달리, 이 글은 이슬람 민족주의가 여성들에게 억압적 요소와 해방적 요소를 동시에 가져다줬음을 보여 준다. 젠더에 대해 하마스가 보인 보수성과 변화, 모순을 보여 주고, 그런 모순이 생겨나는 이유도 설명한다. 필자는 민족 해방 투쟁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며 여성 해방과 민족 해방은 함께 싸워서 이뤄내야 할 과제임을 강조한다.
조셉 추나라의 ‘공동전선’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 특히 트로츠키, 레닌, 그람시가 발전시킨 공동전선 이론을 역사적 경험 속에서 살펴본다. 1917년 러시아 혁명기의 볼셰비키와 1921~1922년 코민테른의 경험에서 교훈을 이끌어내고, 1926년 그람시와 1930년대 트로츠키의 기여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1970년대 이후 부활시킨 공동전선도 간략히 소개한다. 스탈린주의에 의해 공동전선의 의미가 매우 왜곡돼 왔으니만큼,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공동전선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이 글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혁명적 조직은 여러 시기에 노동계급의 다양한 투쟁에 관여하고, 혁명적 시기에 노동계급이 권력을 장악하도록 이끌기까지 여러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추나라는 공동전선을 ‘전략’으로 지칭했는데, 공동전선의 목적이 몇몇 구체적인 요구를 놓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단결시켜 투쟁하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공동전선은 사회주의자들의 ‘전술’로 규정하는 게 더 적합할 것이다.
존 몰리뉴의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탈성장은 대안일 수 있을까?’는 탈성장론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내세울 전략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하에서의 탈성장은 물론, 전환강령으로서의 탈성장과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탈성장까지도 문제적이라고 비판한다. 몰리뉴는 생산력 발전을 ‘맹목적으로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는 탈성장론의 관점을 비판하며, 지속가능한 생산력 발전이 가능하고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21》 편집팀
MARX21